"아, 며칠씩이나 잠과 싸웠습니다... 꿈을 꾸면 그 기억이 돌아왔으니까요... 요새의 기억... 그리고 그곳을 장악한 악의 기억이요! 꿈... 기억... 둘을 분간할 수 없게 돼 버렸지요." - 마리우스
고전만들기
20년도 더 전에 디아블로 II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을 때 목표는 단순해 보였습니다. 디아블로에서 가장 컸던 문제를 해결하고, 원작의 공식을 확장하는 것이었죠.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액션 RPG 장르의 정의를 완전히 새롭게 세우거나 이후 한 세대 동안 게임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게임을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디아블로 II는 바로 그것을 해냈습니다.
개발팀은 디아블로 II를 전작보다 크게, 좋게, 빠르게, 강력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둡고 좁은 트리스트럼 대성당이 있던 자리는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방대한 야외 지역에서 막 단위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차지했습니다. 캐릭터 직업은 전작의 전사, 도적, 원소술사에서 빙빙 도는 야만용사와 독실한 성기사 등 5개로 확장되었고, 파괴의 군주 확장팩으로 암살자와 드루이드 2개 직업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직업들은 성별과 인종의 폭을 넓혀 주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하나의 주문서를 공유했던 디아블로에서와 달리 직업마다 30개의 고유 기술을 지니고 있어서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했습니다. 빙빙 돌아 적을 쓰러뜨리는 소용돌이, 성기사의 이로운 오라, 강령술사의 소환수 등과 같은 특정 기술은 이후 여러 블리자드 게임의 단골 메뉴가 되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역대급으로 다양한 속성을 지닌 강력한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이로써 누구나 캐릭터 직업, 장비, 능력치, 기술 선택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블리자드에는 디아블로 II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디아블로 II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새롭게 싹튼 우정, 끝없는 재미이며, 어른이 되어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사무실에서 전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읽어 보세요.
로드 퍼거슨 (Rod Fergusson) – Head of Franchise, Diablo
디아블로 II는 제게 형과의 관계를 의미했습니다. 형과 아홉 살 터울이다 보니 어린 시절에 꼭 외동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여덟 살 때 형이 대학에 가려고 집을 떠난 후엔 더 그랬죠. 그 후로 오랫동안 제가 형과 관계를 유지했던 방법 중 하나가 게임이었습니다. 형 덕분에 게임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요.
2001년에 우리는 2,200km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형은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위니펙에 살았고, 전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았죠. 저는 매년 한 번씩 주말을 끼고 형이 사는 곳에 가서 나흘 동안 종일 게임만 했습니다. 그해에는 디아블로 II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제가 도착하던 날인 2001년 6월 21일이 파괴의 군주 확장팩 출시일이라 공항에서 집에 가는 길에 매장에 들러서 게임을 2개 샀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나흘 동안 줄곧 디아블로 II 협동 모드만 했죠. 한참 후 카페인을 잔뜩 흡입하고 잠은 거의 자지 못한 채로, 우리는 본 게임에 확장팩까지 엔딩을 보고 말았습니다.
함께 게임을 했던 그때의 경험이 저와 형에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었고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죠. 제가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의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고 말했더니, 형이 이런 문자를 보냈더군요. "디아블로 II 파괴의 군주 확장팩이 2001년 6월 21일에 나왔네. 어떻게 보면 진짜 옛날 일 같고 어떻게 보면 바로 방금 있었던 일 같다. 내가 형으로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추억 중에 하나야."
저는 처음 "고기다!(Ah... Fresh meat!)"라는 대사를 들은 (그리고 흠칫 놀란) 때부터 디아블로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1999년에 배비지스 매장에서 디아블로 II를 예약하고 영원 같은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제 게임을 받았죠. 소장판 70000부 중에 23097번이었습니다. 그 박스랑 디스크, 멋진 디아블로 액션 피규어는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게임을 몇 시간이나 했냐고요? 어... 그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 좋겠네요.
제시 맥크리(Jesse McCree) - Lead Game Designer, Diablo IV
제가 디아블로 II를 좋아하는 이유는 엄청 재밌기 때문입니다! 디아블로 II는 제 커리어 초반에 나왔는데, 그 덕분에 단순하면서도 잘 실행되는 게임 루프와 컨트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게임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전 디아블로 II의 세계와 그 분위기가 좋습니다. 디아블로 VI의 수석 게임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지금도 귀감으로 삼고 있죠!
릴리 가드너(Lily Gardner) – Associate Game Producer, Diablo IV
제게 디아블로 II의 의미를 설명하라고 하면 소설 한 편도 쓸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쓰려면 쉽지 않겠지만, 디아블로 II가 게임에 대한 관심과 게임 업계 경력(특히 블리자드에서의 경력)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최소한 시도는 해 봐야 부끄럽지 않겠죠!
전 어릴 때 겜잘알이었습니다. 아빠가 PC로 게임을 하고 코딩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차차 직접 게임을 하기 시작했죠. 세일러문 퍼즐 게임에서 심즈까지 다양한 게임을 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 게임을 처음 접한 건 디아블로 II와 파괴의 군주를 통해서였습니다.
12살이 되기 직전 여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힘과 기량을 자랑하는 여자 영웅, 암살자를 플레이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네요. 거미 동굴을 탐험하고, 피와 살덩어리를 보고 놀라고, 마을 차원문 두루마리를 미리 쟁여 두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욕하던 추억이죠. 모종의 비밀 레벨에 대해 끝도 없이 떠들던 것도 기억나고요...
암울하고 악마적인 것을 좋아하는 취향과 게임 하나에 몇 주씩 빠져 사는 습관은 지금도 그대로고, 많은 부분이 디아블로 II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성역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블리자드는커녕 게임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테고, 고딕 문화에 끌리는 취향도 생기지 않았겠죠.
그런 의미에서 디아블로 II와 이 게임을 현실로 만들어 준 모든 능력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디아블로의악마적인영향
디아블로 II의 디자인 요소들은 지금까지 다른 여러 블리자드 게임에도 도입되었습니다. 게임의 요구 사항을 해결해 주기 때문일 때도 있었고, 그냥 재미있기 때문일 때도 있었죠. 워크래프트 III의 경우 특정 전리품 테이블에서 무작위로 선택되는 아이템이 있었고, 경험치로 레벨을 올리고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기술 포인트를 분배해서 키울 수 있는 영웅이 있었습니다.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디아블로 II 특유의 기술 트리 시스템이 최초 출시판부터 대격변 확장팩에 이르기까지 특성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캐릭터 직업별로 3가지 특성 트리가 있는 점부터 점수 분배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를 취향에 따라 성장시킬 수 있으며, 특정 기술에 점수를 투자하면 보다 강력한 기술이 열린다는 점까지 디아블로 II의 영향이 눈에 들어옵니다.
불멸성의비밀
오늘날 디아블로 II는 아직도 인기가 많으며, 2020년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열성 플레이어들은 아직까지도 이 게임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 방법을 새롭게 찾아가는 중입니다. 모드를 통해서만 가능한 극적인 변화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지만, 스스로 제약을 부가하여 창의적으로 디아블로 II를 즐기는 분들도 있죠. 이런 변종의 예를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헐벗은 분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헐벗은 채 게임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물약을 제외하고는 아이템을 전혀 주울 수 없죠. 플레이어들은 오로지 직업 기술과 팀워크에만 의지하기로 합의합니다. 직업마다 고유한 능력이 있으므로 플레이어 혼자서는 불가능할 일도 파티를 맺으면 해낼 수 있습니다. 헐벗은 공략은 보통 혼돈계 이벤트를 완료하고 궁극의 우두머리를 정복하는 시점까지 갑니다. 아이템을 전혀 착용하지 않고 말이죠!
철인 토너먼트:
철인의 개념 자체는 간단합니다. 8인의 플레이어가 하드코어 캐릭터를 새로 만듭니다. 모두 함께 게임을 하면서 새로 발견하는 아이템만 사용해 레벨 9까지 갑니다. 기존에 구해 둔 장비는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죠. 레벨 9를 달성하는 순간 파티는 마을로 돌아가고, 서로 적이 되어 죽을 때까지 결투를 벌입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죠.
스피드런:
디아블로 II는 다양한 직업과 모드(하드코어든 아니든), 무작위로 생성되는 지도와 아이템 덕분에, 스피드런을 하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최단 시간 완료 세계 기록은 종종 갱신되지만, 효과적인 전략이 새로 등장하면(그리고 약간의 운이 따른다면) 오랫동안 기록을 지키는 일도 있습니다.
성배
성배 퀘스트의 목표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세트 아이템과 고유 아이템을 하나도 빠짐없이 직접(거래는 허용되지 않으며, 아이템이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봐야 한다는 뜻이죠) 수집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싱글플레이어로 즐기며, 스프레드시트나 앱으로 얻은 적이 있는 아이템을 기록하는 플레이어도 있고 무한 보관함 기능을 추가하는 모드를 사용해 아이템을 모두 소장하는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이어지는악의명맥
디아블로 II의 20년을 돌아보면서, 이 게임으로부터 얻은 교훈이 블리자드의 지난 20년 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신작 게임(특히 디아블로 게임들)을 개발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시작됐을 때 혹은 디아블로 II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여러분이 어디 있었든, 이런 추억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다음 20년을 성역에서 보내면서, 으스스하고 어두운 곳을 누비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전리품을 모으며 세상에서 공포와 증오, 파괴를 몰아내기 위해 싸우는 영웅들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디아블로 IV의 최신 분기별 업데이트를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아블로 IV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여러분에게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많은 게임 회사와 기술 회사가 그러하듯, 디아블로 IV 개발팀도 전면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와 함께 여러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저희는 다행히도 디아블로 IV 개발의 강한 추진력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게임 개발 현황에 대한 몇 가지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게임 개발 과정이 흔히 그렇듯이, 저희는 디아블로 IV 개발을 위해 팀 단위로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일정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각 개발 단계의 결과물인 빌드를 팀이 함께 플레이해 보고 소감을 나누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블리즈컨 2019를 마감으로 했던 개발 단계에서도 게임을 공개할 때 사용했던 데모 빌드로 팀이 함께 플레이테스트를 했죠. 이를 통해 여러 팀원들이 이룬 성과를 미리 살펴보는 한편, 데모 빌드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버그도 잡으면서 블리즈컨 전에 몇 가지를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개발 단계의 초점은 메마른 평원이라는 지역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즉 캠페인 콘텐츠, 오픈 월드 요소, 아이템 체계, PvP 하위 지역, 던전, 이 지역의 내러티브를 완성해 주는 시네마틱 등을 모두 포함시켜 하나로 합쳐보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는 그 후 팀이 이틀 동안 집에서 게임을 플레이한 다음, 데이터를 분석하고 내부적으로 반응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게임을 늘 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개별 콘텐츠나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은 빌드도 며칠을 일부러 할애해서 팀이 함께 플레이해 보면 전혀 다른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구현되어 있는 콘텐츠가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할 수 있죠. 이 목표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재택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팀으로서 다시 결속력을 다지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께 이 플레이테스트에 대해 말씀드리고 스크린샷을 공유함으로써 향후 블로그 업데이트를 위한 맥락을 제공해 드릴 수 있기를(또는 앞으로 다룰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러한 플레이테스트가 저희 진척도 전반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게임 내 다른 지역의 경우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죠. 메마른 평원은 앞서 말씀드린 요소들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완성된 그리고 융합된 경험을 만들기 위해 예외적으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 지역이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이런 접근이 마음에 드셨는지 또는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의견을 남겨 주시면, 향후 업데이트를 그에 따라 조정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은 늘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블록아웃 또는 "그레이박싱" 작업을 통해 아직 아트 작업이 완성되지 않은 지역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시각적인 요소들을 개략적인 형태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게임 팀이 효율적인 방식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없는 부분이 있다면 최종 애셋 대신 '블록아웃' 애셋을 변경하거나 폐기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저희가 모델이나 스크린샷을 공개할 때는, 게임에 대한 비전을 적절히 전달해야 하므로 대개 작업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보통 블록아웃 애셋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데, 이는 게임 엔진의 기능이나 팀원들의 미적 기교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발 과정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는 측면에서, 블록아웃 애셋이 보다 다듬어진 애셋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공개되는 애셋 일부는 최종 확정된 사항이 아닐 수도 있으니, 아래의 스크린샷을 보실 때는 그 점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 컨셉 단계와 블록아웃 단계를 거쳐 게임 내 아트로 다듬어지는 과정
디아블로 IV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에 몇 가지 발전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대화입니다. 디아블로 III에서는 캐릭터의 이름과 초상화가 있는 UI 창으로 대화를 전달했죠. 저희는 대화에 툴로 생성된 카메라와 수동으로 연출하는 카메라를 혼합해 적용하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NPC와의 간단한 상호작용에서는 (쿼터뷰 느낌은 전반적으로 유지하면서) 카메라를 캐릭터에게 가까이 가져간 후,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대화 전반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보다 복잡한 대화에서는 카메라를 비슷하게 사용하되, 캐릭터의 동작과 애니메이션을 수동으로 조절하여 연출합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도 여러분을 이 세계에 최대한 몰입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한 예를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확대하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의 카메라를 통해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실시간 컷신(RTC)입니다. 여기서는 저희가 카메라를 잡고 스토리텔링을 마치 영화처럼 연출합니다. 따라서 이 기법은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려 합니다. 해당 컷신이 실시간이라는 점에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의 캐릭터와 해당 시점에 장착 중인 장비가 컷신의 일부로 그대로 등장할 수도 있죠. 여기에 더해 컷신이 플레이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해상도와 그래픽 설정으로 재생되므로 더욱 자연스럽고 게임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블리즈컨 데모에서도 실시간 게임 내 시네마틱의 초기 작업물을 보여드린 바 있습니다. 시네마틱 및 엔진 팀에서 그 후로도 이 기능을 많이 개선해왔고, 플레이테스트 과정에서 완성된 시네마틱이 메마른 평원 경험의 클라이맥스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을 확인하고 정말 기뻤습니다. 팀이 기대한 대로였습니다. 아래는 스토리 및 시네마틱 팀에서 공개를 허락한 스크린샷입니다. 너무 많이 공개해서 스포일러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저희가 디아블로 시리즈에 새로 도입하려 하는 주요 콘텐츠 중 하나가 오픈 월드인 성역입니다. 플레이어는 이야기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오픈 월드 시스템과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죠. 주 캠페인을 잠시 쉬면서 탐험, 제작, PvP 등을 즐기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희는 플레이테스트를 하면서 이와 같은 액션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날 팀원들이 이 지역의 캠페인 콘텐츠를 완료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렸지만, 이야기에만 집중한 팀원들은 평균의 절반이 안 되는 시간에 해당 이야기를 완료했습니다(물론 그 후에는 부가 콘텐츠를 즐겼죠). 이처럼 취향에 따라 이야기 콘텐츠와 부가 콘텐츠를 자유롭게 오가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액션 RPG에 비해 캠페인 진행과 반복 진행이 더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디자인 방향성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할 수 있습니다. 위 분포도 시각화 지도에서는 메마른 평원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어느 지점에 가장 많이 갔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제작, 이벤트, 월드 PvP, 부가 퀘스트 등 다양한 오픈 월드 콘텐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야영지(가칭)입니다. 간혹 중요 거점에 적이 득실거리고 있는데, 적을 소탕하면 이 거점이 NPC와 순간이동진이 있는 전초기지로 변하게 되죠. 각각의 야영지에는 배경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의 스토리텔링은 시각적으로 이루어지고, 퀘스트가 플레이어를 직접 그곳으로 보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 내에 있던 야영지 중 하나는 주민들을 소금 더미로 바꾸는 저주가 걸린 마을이었습니다. 다른 야영지는 다양한 언데드의 몸에 빙의하여 플레이어에게 처치되기 전까지 해골들을 옮겨 다니는 혼령이 있는 묘실이었죠.
저희는 플레이어가 성역의 작은 일부분을 되찾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세계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감동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오픈 월드 디자이너들이 향후 이 콘텐츠를 더 보여드릴 순간을 기대합니다!
적대적인 야영지가 소탕 완료 후 순간이동진과 상인이 있는 작은 기지로 변경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사항은 탈것으로, 게임을 진행하며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오픈 월드와 탈것의 상호작용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의미한 이동이나 전투 없이 목표 지역에 훨씬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죠. 또한 탈것 관련 아이템 요소가 추가되면서 새로운 성장의 축이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탈것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전리품(가칭)을 안장에 달아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내가 완료한 해당 지역 내 잘 알려지지 않은 난관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이었죠. 물론 탈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해야 할 작업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면 길을 찾아가는 문제나 미세 조정 문제가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장애물에 걸리거나 적의 투사체를 맞아 탈것에서 내리게 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 모두 저희가 더 많이 플레이를 하고 기능을 다듬으면서 점점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디아블로 IV의 멀티플레이어 기능과 관련해 올바른 접근 방향을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언제나 같습니다. 게임이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여러 플레이어가 월드를 공유하는 게임의 요소들을 접목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해두자면 이것은 기술적 한계보다는 철학 때문이었는데요. 다른 플레이어가 너무 자주, 또는 너무 많이 보이면 디아블로라는 느낌이 없어지고 게임 세계가 덜 위험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 마을 내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주칠 수 있지만, 던전에서는 여러분과 파티만 존재합니다
저희가 플레이테스트 도중 경험했던 것을 예시와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던전에 있을 때와 이야기 진행에 핵심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플레이어와 파티만 존재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적인 순간이 마무리되고 마을이 중심지로 변하고 나면 다시 마을에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죠. 길을 오가는 도중에도 가끔 플레이어와 마주칩니다. 마지막으로, 전역 이벤트가 진행되는 곳으로 향하면 더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식인종 무리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거나 블리즈컨에서 보여드린 악마 전역 우두머리 아샤바를 쓰러뜨리려 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전역 이벤트에서는 어느 정도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파티를 맺을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도 언제든지 참여해서 이벤트를 완료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죠. 저희는 멀티플레이어에 대한 이런 자연스러운 접근이 효과적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자세한 정보를 공유해드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테스트 결과로는, 디아블로 특유의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세계가 살아 있고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파티를 맺고 지옥의 무리와 싸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 활동이나 게임 세계 내의 거리를 기준으로 파티를 찾는 도구를 추가했습니다.
블리즈컨 2019에서 공개된 전역 우두머리 아샤바는 스코스글렌 뿐만 아니라 메마른 평원에서도 등장합니다.
이틀 간의 플레이테스트에서 대단히 유용했던 것 하나는, 테스트 중 내렸던 결정이나 얻어낸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 성장에 대해 더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1일 차에 선택하는 장비와 기술은 2일 차에 영향을 미칩니다(물론 여러 직업을 테스트했기 때문에 부 캐릭터를 만든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이 디아블로가 머릿속에서 계속 하게 되는 게임이라 말하곤 했는데, 디아블로 IV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플레이테스트 기간에 팀에 주어진 공식적인 플레이 시간 외에도 게임은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템이 나오면 캐릭터 빌드에 맞을 텐데, 이 특성이 열리면 이런 핵심 기술 조합을 완성할 수 있을 텐데 등의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군요.
데이비드 킴이 지난 블리즈컨 직후에 남긴 개발자 블로그(링크)를 읽어 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이 글에서 데이비드는 새로운 아이템 속성과 아이템 관련 철학을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올해 말 즈음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 드리겠지만, 일단은 플레이테스트 중에 나온 아이템으로 여러분의 갈증을 채워드리겠습니다.
플레이테스트에서 나왔던 다양한 아이템에 새로운 능력치 시스템이 적용된 모습입니다. 아이템 아이콘은 최종 확정된 아트가 아닙니다.
팀의 전반적인 피드백은, 디아블로 IV가 개발 초기 단계임에도 아주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직업들이 아주 기대되는 방향으로 진척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야만용사의 무기고 시스템(가칭)이나 드루이드의 변신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에 착안하여, 그 외의 직업에도 이와 비슷한 혁신을 적용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자세히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게임에 적용된 기술도 시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그래픽 카드, 화면 비율, 네트워크 속도 등이 제각각인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테스트할 수 있었죠. 또한 플레이테스트 도중 발견된 버그를 고친 빌드를 배포하는 등의 클라이언트-서버 기술도 시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할 일이 아주 많고, 아직 알파나 베타 단계조차 아닙니다. 보통 개발 초기에는 작업 단계를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는 블리즈컨이 개최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플레이테스트는 팀에도 중요한 단계였습니다. 디아블로 IV를 훌륭하게 만들기 위한 핵심 재료는 이미 모두 갖춰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완성을 향해 나아가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업데이트를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라며, 여러분이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토론장, 타 사이트, SNS 어디에 남기시든 저희는 여러분의 댓글과 피드백을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지난 업데이트 블로그가 게시된 이후 좋은 논의가 많이 이루어져서 기쁘며, 내부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다양한 대화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 궁금해하는 주제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반응으로 보면 커뮤니티 여러분께서 가장 논의하고 싶은 주제는 특성 트리인 것으로 보여, 바로 다음 블로그 주제의 후보로 올려두겠습니다. 아이템도 꾸준히 인기 있는 주제이며, 음악에 관심을 보여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올해 말 즈음에는 이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를 전해드릴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이에 대한 의견도 들려주세요.
시간을 내어 이번 업데이트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성역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메마른 평원 외의 지역들도 현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추후 업데이트에서 성역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