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적는 글이지만, 이번 주제는 몇 달 전부터 유명했었다.


바로 말퓨리온의 압도적인 권능 앞에 바로크 사울팽이 비참하게 패배하고 마는 장면.


몇몇은 '불패의 전설 사울팽이 어떻게 자비우스에게 잡히는 굴욕을 당한 말퓨리온에게 지는 걸까?'와 같은 의문을 갖기도 했다.


이유를 세 가지 들 수 있겠다.


살짝 경시되는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말하자면 말퓨리온과 사울팽은 서로 종족이 다르다.


나이트 엘프와 오크. 통상적으로 오크가 근접전에서 더 강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변수가 작용하는데, 바로 나이이다.


오크 사울팽은 그롬마쉬 헬스크림과 비슷한 연배로, 늙었다고들 언급하던 리치 왕의 분노 시절보다도 더 늙은 상태였다.


여전히 강력하지만 고정관념을 따르자면 지금이 전성기 때는 물론, 리치 왕의 분노 시절보다도 더 약해지지 않았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반면 말퓨리온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쇠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영원한 삶을 누렸던 나이트 엘프다.


 말퓨리온은 아키몬드 처치에 영생을 희생한 후부터 나이듦을 체감했겠지만 아예 필멸자인 사울팽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신체 연령이 달라서, 전성기가 한참 지난 사울팽에 비해 말퓨리온이 더 건강하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다.


다음으로는 능력의 차이.


말퓨리온은 세나리우스와 위상들에게서 인정받은 대드루이드인 반면 사울팽은 호드, 그리고 소수 얼라이언스만이 인정하는 전사다.


이것이 뭔고 하니, 말퓨리온은 대드루이드로서 위상들까지도 칭찬할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유자재로 비전과 자연의 힘을 끌어낼 수 있고, 사울팽과 싸울 때 여관을 무너뜨렸던 기술은 그의 부분적인 힘에 불과하다.


그는 달빛섬광을 능숙히 다루며,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고, 소설 스톰레이지에선 자비우스를 상대할 때 대폭풍과 번갯불을 발생시켰다.


반면 사울팽은 뛰어난 역량을 갖춰 많은 활약을 펼친 용사이지만 항상 무기가 필요하고, 신체 능력이 곧 공격력인 전사이다.


손짓으로 기상 현상을 움직이는 대드루이드를 상대로, 무기를 들고 휘두르는 전사에게 일대일로 승리의 기약이 있을까?


그롬마쉬가 세나리우스를 처치한 예에서 보듯이, 악마의 피로 강해진 상태에서 함께 강해진 부족원들과 함께 협공한다면 모를까.


사실 말퓨리온이 직접적인 공격 주문으로 사울팽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둘 다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상황였어도 사울팽에게 더 불리했다.


마지막으론 경험의 차이.


사울팽에게는 아주 억울할 수도 있지만, 말퓨리온은 1만년이 넘도록 명가, 악마, 나가, 사티로스, 악몽같이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적을 처치해왔다.


말퓨리온이 겪은 전투와 전쟁의 규모가 훨씬 크고, 처치한 적들로는 사울팽보다 강한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울팽도 평생을 전장에서 살며 드레나이, 인간, 퀴라지, 스컬지, 사마귀 등의 적들을 상대했고,


스컬지 강령술사와 언데드 무리들을 단칼에 베어버릴 정도로 뛰어났지만 말퓨리온 정도의 적을 상대로 승리한 경험은 없다.


각자 상대해온 적과 그 시간이 다르다는 적이 마지막 이유이다.


그럼에도, 바로크는 용맹히 싸웠다. 패배를 예상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아군의 퇴각을 위해 더 굳건히 버텼다.


옛날 로데론에서 '카아! 빈 모크 타자크 차!'라고 외치며 스랄을 구하려고 목숨을 내던진 그 오크처럼.


또한 어쩔 수 없이 실바나스와 맞서던 말퓨리온을 기습해 쓰러뜨렸지만 명백한 불명예로 인식하고 반성한다는 점도 멋있다.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명예를 택할 사울팽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그의 복잡한 내면이 그를 어디로 이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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