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즈 도그마: 다크 어리즌을 어제부터 실컷 플레이했다.


원래는 콘솔용으로 발매된 게임이었지만, 스팀 덕분에 PC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할인으로 유명한 스팀인데 이 게임도 이달 초에 70%나 할인했었다고 한다.


아무튼 예전에 구매해서 불친절한 게임성과 부족한 PC 사양으로 인해 프레임이 낮아져 원활한 구동조차 힘들어 방치해 뒀던 게임인데,


한가한 시간대에 게임들의 흔한 하루 최소 할당량을 완료하여 할 것이 없어지자 이 게임이 생각나서 다시금 플레이하게 되었다.


달리 최소 사양이 i5로 표기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래픽 설정과 해상도까지 최저로 낮추고도 지연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다행히도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그랬던 덕분에 다른 PC를 빌려야만 했던 위쳐 3보단 쉽게 하였다.


그래도 게임을 엔딩까지 이어가기는 가능한 환경이었다. 어제 하루의 대부분을 이 게임에 할애했다. 몰입에 더 가까웠지만.


공식적인 번역은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긴 한데 대단히 감사하게도 비공식 우리말 번역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제작진보다 번역진에 더 감사했다.


이야기의 발단이 된 드래곤이다. 그는 아주 거대했다. 위협이나 이야기에서의 역할이 비슷한 알두인과 비교해도. 다행히 데스윙보다는 작다.


꽤나 위압적인 힘과 권능을 지닌 존재인데, 그래서 작내엔 이런 존재에게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캐릭터들도 있다.


어떤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듯 계속 각성자의 의지를 자극하며, 선택에 따라선 직접 시험에 나선다.


옛날 드래곤이 왕좌를 차지한 자를 시험했듯이, 각성자에게도 삶에 대해 말하며 애인을 둔 채로 권좌와 안락 혹은 자신과의 결전을 택하게 한다.


필자는 드래곤과 맞서는 선택지를 골랐다. 진 엔딩으로 직결되는 선택지면서도,


그가 내뱉은 문장들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저런 도마뱀은 수도 없이 잡았고, 저런 악역은 삶을 편협하게 단정짓는다는 데서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그에게서 도망치는 과정은 갑자기 달라지는 환경에 임기응변해야 하기에 쉽진 않았다. 다음은 무너지는 건축물을 건너는 과정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결전에선 그림자 성채 앞의 드레이크를 잡으며 예습을 해 두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웬만해선 게임하다가 오기가 잘 생기지 않는데 드래곤의 분기 앞 연설에 대한 반감과,


위 사진의 단계에서 데스윙의 등 위로 뛰어다니던 추억이 떠올라 오기를 부리게 됐다.


드래곤은 알두인과 데스윙처럼 최후를 맞이했다. 둘과 비교하면 저 드래곤은 얌전했다. 불멸자라고 울부짖거나, 광기에 차 튀어나오진 않기 때문.


드래곤을 추락시키는 포효도 없는 게임에서 날아다니는 건 꽤 번거롭긴 하였으나 누군가가 설치해 둔 쇠뇌 덕분에 추락시켰다.


드래곤을 쓰러트린 각성자는 그로부터 빼앗겼던 걸 돌려받는다. 그렇게 각성자는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여전히 무언가에 종속된 건 마찬가지인 채로. 각성자의 시련은 드래곤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


각성자는 새로운 인도를 받는다. 드래곤의 최후로부터 이어지는 운명이었다.


하필 다른 의미로 화려한 개선식을 거쳐 그란 소렌에서는 역적 취급을 받고, 이야기 진행을 위해 돌이나 줍는 운명이었지만 말이다.


그 끝엔 각성자가 존재하는 세계를 지배하는 계왕이 있었다. 드래곤의 배후도 그였다.


그 역시 과거 각성자였으며, 각성자가 그러하듯 모진 시험을 받고 퀘스트를 완료해가며 말미엔 계왕에게까지 도전을 받았다.


그리고 승리하여 계왕이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세계에 가만히 앉아, 자신의 과정을 반복할, 자신의 뒤를 이을 각성자를 기다리며.


각성자는 선택권도 없이 저 사반의 후임자 간택에 걸려 모험을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물론 사진의 과정은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인간이었다가 신이 된다는 전개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쉐오고라스라는 적절한 예시가 있기 때문에.


사실 드래곤의 배후에는 계왕이 있었고, 계왕의 위치는 선택받은 자들이 계승한다, 그리고 뭐다 그런 것 때문인가?


사반은 프롤로그에서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각성자가 승리하면, 진정한 의미의 싸움신인 사반은 각성자 앞에 꿇는다.


그로써 각성자는 신의 고민마저도 해결해 주는 아주 신들린 해결사가 되었다. 무한한 권능까지도 갖춘.


인간들이 어떻다는 고블린 왕의 유언, 드래곤이 사라진 걸 기뻐하긴커녕 세금을 걱정하는 시민, 자아비판하는 왕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


그러나 이 게임은 계왕이 되어 군림하라고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었다. 계왕의 활동은 무궁무진하겠지만 구현된 바는 별로 없다.


신의 자리에 오른 각성자는 스스로의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이 종속된 운명과 시험을 모두 극복해 끝냈지만,


그 끝에 다다르자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각성자는 이내 해방된다.


각성자의 선택 덕에 더는 누군가가 자의를 묵살당하며 다른 각성자가 되는 일은 없다. 아마도.



이야기엔 꽤나 철학적인 요소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식견이 부족하여 한 가지 갈피를 잡거나 깨닫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게임은 전투가 매우 훌륭했다. 캐릭터의 클래스와 여러 적에 따른 전투는 상당히 다양하고 차별화되면서도 모두 재미있었다.


반대로 이동은 제한적이었다. 로취도, 빠른 이동도 없이 오직 귀환초석과 귀환석만이 유일한 장거리 순간 이동 수단이다.


귀환초석은 몇몇 던전이나 용을 아는 자의 동굴 아래 등 여러 장소에 놓인 자주색 결정인데 메인 퀘스트 후반까진 그 결정이 뭔지 알지 못했다.


귀환석은 흔하다. 영구 귀환석도 구하기 쉽다. 다크 어리즌은 모든 dlc가 포함되어 있는 판이라서, 창고에서 꺼내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폰 시스템은 장단이 있었다. 홀로 석화되어서 잃어버린 폰이 되거나, 명령에 불복하거나, 시키지도 않았는데 폭탄을 터트려댈 때도 있다.


하지만 치유를 하거나, 사이클롭스같은 거대한 적에게 마무리를 가할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혼자 히드라의 체력 2칸을 깎는 순간엔 감격스러웠다.


게임에 일가견이 있는, 혹은 게임 자체를 완전히 끝마친 각성자의 폰을 서포트 폰으로 데리고 다니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니 도움이 된다.


최적화는 2012년에 출시된 게임인데 고해상도화가 원인인지 최소 사양이 i5일 수준. 컴퓨터 사양이 낮다면 프레임 유지나 구동이 힘들 수도 있다.


무언가 더 적으려 했는데 결론을 내리자면 드래곤즈 도그마: 다크 어리즌은 이야기 외의 사전 정보를 접한 뒤에 플레이한다면 아주 괜찮은 게임이다.


거듭 강조하나 이야기, 메인 퀘스트의 내용, 결말 외의 사전 정보만 접하는 편이 좋다. 메인 퀘스트의 분기는 참고해두어도 좋다.


게임을 설치할 때는, 시작하기에 앞서 아주 멋진 번역진들의 우리말 번역 자료와 적용 방법을 준비해 놓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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