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지 못한 습격이었으니, 내겐 그럴 자격이 없다."


"명예롭지 못한 일이오!"


사울팽은 실바나스의 지도하에 시작된 전쟁과, 실바나스의 호드에게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울팽이, 전쟁의 전문가인 사울팽이 왜 그렇게나 이번 전쟁을 꺼릴까?


먼저 명예롭지 못한 전쟁이라서. 사울팽은 명예를 추구하며 결코 도의를 저버리지 않으려 하는 전사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로데론 공성전에 앞서 가시의 전쟁에서 기이 호드의 명예가 두 번이나 무너졌다.


실바나스를 살리기 위해 말퓨리온에게 도끼를 투척했을 때와, 실바나스의 지시로 텔드랏실에 불을 놓았을 때.


전자는 말퓨리온을 놓아줌으로써 해결했지만, 후자는 사울팽으로서는 치욕이었기에 사울팽의 의지를 반쯤은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실바나스가 홧김에 텔드랏실을 불태운 것은 그가 판단했을 때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있지만,


타 종족의 터전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건 사울팽의 외상을 아주 심하게 자극하는 일이다.


과거 만노로스의 피를 마셔 샤트라스와 스톰윈드 학살을 자행했던 걸 평생의 과오로 삼아 반성하는 사울팽이라,


자기 진영의 선택으로 한꺼번에 수많은 삶이 희생되는 모습을 다시 느끼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아마 화마에 휩싸인 텔드랏실 앞에서 실바나스를 향했던 사울팽의 비난엔 울분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울팽은 가시의 전쟁에서 명예가 아니라 아픈 기억들만 얻었고,


로데론 공성전이 시작되기 전엔 혼자나마 명예로운 죽음을 맞길 바랐다.


결국엔 살아남기로 하여 로데론 공성전에서 용감히 싸우지만,


사울팽이 실바나스와 그녀의 호드, 그리고 그들이 시작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여전하니,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사울팽의 역할이 적어도 결코 적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호드 측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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